기쁨과 슬픔은 인간만이 누리는 신이 내려준 축복(?)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문화와 사회적 차이에 따라 이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누리고 표현하는 모습에 있어서 미국인과 한국인은 그 생김세 만큼이나 많은 차이가 난다.
평소에는 예의를 중시하고, 따지고 지키는 한국사람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를 매우 중요시 하는 한국 사람들은 그래서 집앞의 편의점을 가더라도 여자는 한번쯤 옷 매무시를 가다듬고, 부지런한 여자는 화장도 다시하고, 남이 나를 무시할까 두려워 아무렇게나 하고 나가지 못하는 것이 한국사람들이고 한국 사회다. 또 그래야 대접을 받는다.
반면에 미국은 어떠한가? 나이가 사오십인 중년의 남자들, 교육수준과 사회적 지위를 막론하고 본인이 편하다면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활보해도 아무런 멸시나 흉이 되지 않는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기 보다도 나의 개성을 중시하고 형식적인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적 차이는 우리가 늘 느끼는 희노애락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곤 한다.
미국인들은 기쁨과 희열, 환희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적극적이고 대담하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또한 사회자체도 기쁨과 환희를 즐기고 표현하는데 있어서 매우 관대하다.
반면, 한국사회, 한국인들은 어떠한가? 나보다는 남을 먼저의식하는 한국인들은 내가이룬 기쁨, 내가 쟁취한 환희를 적극 표현하고 누리는데 있어서는 매우 소극적이다. 가장 큰 이유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때문에 나만 혼자 좋다고 난리를 치는것은 어딘지 쌍스럽고 점잖지 못하다는데 기반을 두고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기쁠수록 조용해지고, 점잖아지려고 스스로를 적극 통제하는 예의를 어려서 부터 배우고 몸소 실천하게 된다. 미국인들은 어떠한가? 크건 작던간에 기쁜일이 있으면 "예스!"라고 외치면서 뒷풀이 행사가 요란한 것이 미국인들이다. 이를 보는 다른 미국인들도 같이 그 기쁨에 동참하고 그 기쁨을 축하해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잘 발달 되있다.
평상시엔 남에 대한 배려를 잘 하는 미국인들이지만, 기쁨을 누리고 느끼는면에 있어서는 그 기쁨의 당사자가 주인공이 되는 미국사회이고 미국인들의 정서다. 장례식장, 영결식장에서 나타나는 한국인과 미국인들의 차이는 앞서말한 기쁨에 대한 차이보다 더욱 더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평소에는 매우 얌전하고 예의를 지키고 따지는 한국인들이지만 슬픔을 맞이해서는 그 표현하는 방법이 남보기에 너무 지나칠 정도로 심하다. 특히, 본의아닌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이 사망하기라도 했다면 그 표현의 분출은 거의 히스테리컬할 정도다. 영정을 붙잡고 늘어지지를 않나, 악악대고 울다 기절을 하지않나, 죽은자를 살려내라고 어거지를 부리질 않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공통적인것은 '난 이제 어떻게 살라고?' 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그 사람을 기리고 슬퍼하는 것보다 먼저간 그 사람을 마치 원망이라도 하듯, 앞으로 살아가면서 외롭고 고생할 것이 더 슬픈듯, 장례식장에서 들려나오는 가장 보편적인 말은 '난 어떻게 살라고'라는 원망과 한탄이다.
한국의 정서와 문화가 장례식장에서 많이울고 소리내 슬퍼해야 죽은자에 대한 도의라고 믿기때문일까? 그래서 한국의 장례문화에서 유족들은 망자를 보내면서 소리내 '아이고, 아이고'를 질러대야 효자이고, 산사람으로써 망자를 보내는 예의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장례문화에 있어서 한국인들은 지극히 이기적이고 남을 너무나도 의식하는것 같다. '난 어떻게 살라고'는 죽은자 보다 산사람들만 생각한 듯한 원망이고, '아이고'는 남이 보니까,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 싫던 좋던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미국인들은 이와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기쁠때는 둘째가라면 서글퍼할 정도로 신나게 떠들어대다가도, 장례식장에서는 너무도 조용히, 예의를 갖추고 감정을 통제하는 모습이다. 우는 모습을 남한테 보이는 것 조차 실례로 생각하는 미국인들이라 의례 장례식장에서 썬글라스 착용은 이미 보편화가 되었다.
물론, 두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장례문화에 대해 무조건 미국의 그것이 옳다고 미국장례문화 예찬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우리의 것이 소중하고 간직하고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장례문화만큼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가 우리의 전통결혼식을 버리고 서양식 결혼예식을 받아들인 것처럼, 장례문화도 '한'에 기반을 둔 그런 떼쓰고, 시끄럽고, 울분을 토해대는 난장판이 아니라 좀더 성숙된, 조용하고 엄숙하면서도 감정을 조절하는 죽은자에 대한 존경과 마지막 가는길에 대한 예의를 이제부터라도 달리표현하는 방법으로 바꾸고 지켰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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